58개월 남아입니다. 말하는게 또렸하지않지만 그럭저럭 대화가 통합니다. 언제부턴가 거짓말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잘못했을때 혼나기 싫으니까 동생이 그랬다고 미루는 건 이해가 가는데, 가끔 말두 안되는 거짓말을 합니다. 

할머니가 '아빠 머하냐'고 물었더니, (아빠가 잠시 쉬고 있거든요.) 아빠 회사갔다고 하더래요. 금방 배웅까지 해줬는데요. 잠시 있다가 '어제 아빠친구가 빨간불에서 사고나서 죽어서 병원에 갔다'고.... 그래서 할머니가 '어떤 녀석이 다쳤나?' 걱정했더니, "어떤 녀석이 아니구 아빠친구야" 그러더래요. 전혀 근거없는 얘기가 너무 진지하게 얘기해요.

도데체 상상력이 풍부한건지, 거짓말두 잘하고, 아이 입에서 무서운 얘기가 나와서 걱정이 됩니다. 더군다나 상황설명을 아직도 잘 못합니다. '유치원에서 머하구 놀았니'하면, 작년까진 '장난감만 가지고 놀았다'고, 일년 내내 그러더니, 올핸 좀 달라져서 '밥먹구 비디오 보구'정도입니다. 걱정입니다.

왜 그럴까요? 

핑계대거나 둘러대는 대답은 자기 보호행동, 감정 조절능력과 마찬가지로 사회생활을 위해 습득하는 사회성 품성입니다. 보통 2~4세되면 아가는 핑계대거나 둘러대기도 합니다. 기만적인 거짓말과는 의도하는 바가 다릅니다.

3~5세면, 현실과 상상세계를 간혹 혼돈 하면서 경험합니다. 창의력(상상력)이 풍부한 시기이지요. 보고 느끼는 사실에 자신만의 엉뚱한(!) 판단을 더해서 해석하는 셈입니다. 이시기는 추상적 사고에 대한 어렴풋한 개념이 생기는 시기입니다. 귀신, 불, 악당, 번개, 벌레, TV만화주인공, 동화책 내용을 통해, '좋고 착한일'과 '나쁘고 피해야 할 대상'에 대한 개념도 생기기 시작합니다.

엉뚱한 상상도 빈번해집니다. 예를 들면, 욕조에서 목욕하다가, 붕어를 생각하기도 하고, 침대곁에서 공주님을 찾기도 합니다. 

단기간 기억력이 약하므로, 방금 한일도 금방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방금전에 크레파스가지고 놀던 기억도 기억해내지 못하고, '그림놀이를 한적이 없다'고 우기기도 합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이 짧아서 금방 잊기때문입니다. 그 잊어버린 기억의 세계를 아가만의 재해석된 가공의 스토리를 끼워넣게 되는 것이지요.

거짓말(lie)보다는 이야기 꾸며내기(story telling)이지요. 그렇기때문에 유창하게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머뭇머뭇하고, 잠시중간에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줄거리를 만들어냅니다. 아가의 언어발달이 약간 늦다면, 더욱 엉성하게 들릴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가의 이야기(거짓말)를 즐겁게 들어주세요. 타인에게 피해주는 내용이 아니기때문입니다. 2~3세이후 정상모습이기때문이지요. 상상속의 친구, 동물(존재)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편안하고, 친해지고 싶은 대상을 친구로 표현하고, 이야기를 꾸며내지요.

현실을 올바르게 표현하면 칭찬해주세요. 아직 현실과 비현실(상상속 세계)을 동시에 경험하므로, 현실은 표현할때 되도록 칭찬해주세요. 아가는 뻔하고 객관적인 사실도 '왜???'하면서 자주 물어봅니다. 자신만의 사고체계를 정립하는 자연스런 과정입니다.


꾸짖지 마세요. 주눅들어 소극적으로 움추리지 않게 자연스럽게 대화하세요. 사실확인을 위한 단답식의 대화보다는 개방형 대화법(open question)이 좋습니다. "식탁에 있던 우유를 아빠가 가져갔니? 보다는 "식탁에 있던 우유는 어디로 갔을까? " 라는 질문이 아가의 대답을 다양하게 유도할수 있지요. 

부담주지 마세요. 너무 많은 질문과 무언의 강요는 아가에게 부담이 됩니다. 오히려, 아가의 엉뚱한 소설(!)을 재촉하는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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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석원장*소아청소년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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